
(성남뉴스)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2025년 11월 19일 개막해 2026년 3월 2일까지 개최한 무장애 특별기획전 《중국에서 그려 온 초상使行肖像 : 순간의 기록에서 영원한 기억으로》가 총 관람객 26,789명, 전시 만족도 93.55%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중국 화가가 그린 조선 사신의 초상인 ‘사행 초상使行肖像’의 역사·문화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이를 오늘의 감각과 공공적 가치로 확장한 자리였다. 청풍김씨 문의공파와 전의이씨 청강공파 후손들의 기증을 바탕으로 마련된 이번 기획전은, 그동안 개별 작품 단위로만 주목받아 온 사행 초상을 하나의 장르이자 동아시아 교류사의 시각 자료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실학박물관은 국내 현존 사행 초상 9점 가운데 4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8년 기증된 김육 초상 3점과 2024년 기증된 이덕수 초상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외교 현장에서 생산된 초상이 어떻게 기록과 기억, 교섭과 수용의 매체가 됐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전의이씨 후손들로부터 기증받은 이덕수 초상 유복본·관복본은 보존처리를 거쳐 이번 특별기획전에서 처음 공개되어 주목을 받았다.
기증 당시 두 작품은 오래된 배접과 화학 접착제로 인해 화면 전체의 굴곡과 손상이 진행된 상태였으나, 2025년 보존처리를 통해 원형을 회복했다. 이를 통해 중국 화가 시옥施鈺이 그린 유복본과 조선 화가 장학주張學柱가 그린 관복본의 화면 구조, 색층, 장황 방식, 묘사법의 차이가 한층 선명하게 드러났으며, 사행 초상이 지닌 국제적·기술사적 가치 또한 더욱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사행 초상의 의미를 단지 희귀한 초상화 몇 점의 소개에 머물지 않고, 조선이 세계와 만나던 역사적 현장으로 확장해 읽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사행 초상은 사신 개인의 형상을 기록한 그림인 동시에, 조선 지식인이 중국에서 새로운 문물과 화법, 감각을 접하고 이를 체득한 문화 교섭의 결과물이다. 김육과 이덕수의 초상은 조선이 바깥 세계와 조우하며 무엇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전 후마니타스 조운찬 연구소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실학박물관 소장 김육·이덕수 초상을 중심으로 ‘사행 초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발굴, 선보인 특별한 기획전”이라고 평가하며, 초상화라는 ‘기억의 매체’를 통해 외교, 문학, 그림, 지도, 사진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예술문화의 가치를 전한 전시라고 짚었다. 그의 글처럼 이번 전시는 초상 한 점을 통해 한 사람의 생애는 물론, 한 시대의 교류와 시선, 문화적 이동의 흔적까지 복원해 낸 자리였다.
실학박물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통 초상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는 시도를 더했다. 전시 마지막 구성에서는 정은혜 작가를 비롯한 발달장애 예술가 6인의 작품 28점을 함께 선보이며, 초상이 지닌 ‘기록’과 ‘기억’의 의미를 동시대의 감각으로 확장했다. 과거의 초상이 한 시대의 인물을 남기는 형식이었다면, 오늘의 초상은 서로 다른 감각과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얼굴을 비추는 형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이번 전시는 무장애 특별기획전이라는 취지에 맞춰 ▲완전한 무장애 동선, ▲수어 영상, ▲자막 및 음성 해설, ▲점자 패널, ▲촉각 자료 등을 마련하여 장애·비장애 관람객 모두가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이는 문화유산의 의미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한 박물관의 실천이자, 공공문화기관으로서의 책무를 구체적인 전시 언어로 구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김필국 관장은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사행 초상이라는 숨은 문화유산의 의미를 발굴해 관람객과 공유하는 한편, 무장애 전시와 동시대 예술 협업을 통해 박물관이 지향해야 할 공공성과 포용성을 함께 실천한 자리였다”라며 “실학박물관은 앞으로도 실학을 과거의 유산으로만 다루지 않고,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개방성, 현실을 읽는 실천성, 모두와 지식을 나누는 공공성을 바탕으로 오늘의 사회와 호흡하는 살아있는 가치로 풀어내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한 사람의 얼굴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한 시대의 정신으로 이어졌다. 또한 그 정신은 다시 오늘의 공존과 환대, 기록과 기억의 가치로 확장됐다. 실학박물관은 이번 특별기획전의 성과를 바탕으로, 실학의 개방성과 현실성, 공공성과 포용성을 동시대 박물관의 언어로 더욱 깊이 구현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