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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사

중동전쟁 장기화에 전국 쓰레기 봉투 사재기 확산…성남시도 선제 대응 나서

"집에 쓰레기 쌓아둘 일 없다"…'종량제 봉투 대란', 진짜인가 가짜인가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마트와 편의점에서 종량제 봉투가 품절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매대가 비어 있거나 구매 제한이 걸리는 등 체감상 '대란' 수준의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동네 시장에서 미국과 이란 전쟁의 위기를 피부로 느꼈다는 시민의 증언도 나왔다. 계산원은 "오늘따라 종량제 봉투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고 말했고, 뒤에서 기다리던 주민이 손에 10개 묶음을 들고 "더 사러 왔다"고 외쳤다.

단순한 불안이 아니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의 종량제 봉투 판매량은 지난 22~29일 전년 동기 대비 287% 증가했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140% 늘었으며, 음식물쓰레기 봉투 131%, 지퍼백 81%, 비닐백은 93% 증가했다. GS25의 경우 지난 22~26일 종량제 봉투 판매량이 전주 대비 325% 폭증했다.


왜 이 지경까지 됐나…원인은 '나프타'

중동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폴리에틸렌의 핵심 소재인 나프타 수급이 불안해진 탓이다. 석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가 부족하면 폴리에틸렌으로 만드는 쓰레기 종량제봉투 등 비닐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나프타 재고는 10~15일 수준으로 알려졌다.

나프타의 절반 정도를 중동에 의존해 온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 분해시설 가동을 줄이고 있다. 원료 폴리에틸렌 가격은 50% 급등했고, 한 비닐 제조업체 대표는 "납품 차질이 불가피하고 공장 가동 중단까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도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 컵 등 제품을 6개월 이상 치씩 사재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닐값이 오른다고 해서 6개월 치 주문했는데, 지인은 2년 치를 샀다"는 글도 등장했다.


성남시도 움직였다

이런 상황 속에 성남시 신상진 시장은 이날 시청 모란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동사태 민생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신 시장은 종량제 봉투 수급 문제에 대해 "성남시는 이미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상황이 악화될 경우 일반 봉투로 대체 배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성남시의 종량제 봉투 재고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치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은 약 4개월, 인천은 약 200일, 부산은 약 1년, 대전은 1년치를 보유하고 있다.


 

"사재기하지 마세요"…정부·지자체 일제히 진화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은 30일 "만약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일반 봉투 사용 허용 등 만반의 대책을 세워뒀으니, 집에 쓰레기를 쌓아둘 일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차분한 대응을 촉구했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재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섹터별 재고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급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혹시 '되팔면 이득 아닐까' 생각하는 시민이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폐기물관리법은 개인 간 거래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봉투를 판매하면 최대 3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물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사야 할까?

결론은 사재기 불필요다. 현재의 품귀 현상은 실제 공급 부족이라기보다 불안 심리에서 비롯된 가수요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급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일반 봉투에 담아 지정된 장소에 배출하거나, 지자체가 무지 봉투를 배포해 확인 후 수거하는 방식 등 다양한 대안이 이미 준비돼 있다. 상황에 따라 일정 기간 무상 배출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오히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있다. 재활용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면 종량제봉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플라스틱·종이·캔·유리·비닐류는 종량제봉투 없이 배출할 수 있다.

중동 전쟁의 불씨가 우리 일상의 쓰레기봉투까지 옮겨붙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사재기가 아니라 냉정함이다. 불안 심리가 만들어낸 가짜 품귀가 진짜 대란으로 번지지 않도록, 시민과 정부 모두의 침착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