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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사

[기자 수첩] 공천이 면죄부가 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후퇴한다

 

4월 1일 오후, 성남시의회 앞에 시민들이 모였다. 피켓도, 확성기도 없었다.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그들은 말했다. "공천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힘 !! 공천은 특정 인사를 보호하는 수단이 아니라, 시민 앞에 책임을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틀린 말이 없다. 그런데 왜 이 당연한 말을, 시민들이 직접 나와서 해야 하는가.


성남시의회 사태의 발단은 의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기표지 촬영·공유 의혹이다. 비밀투표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원칙이다. 누군가 내 투표를 감시한다면, 그것은 투표가 아니다. 그 자리에 있던 의원들은 그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침묵했을까.

사안은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졌고, 의장은 직무정지를 거쳐 사임했다. 한 지방의회가 사실상 기능을 잃은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됐다.


이번 시민 기자회견에서 눈에 띈 대목은 '개인'이 아닌 '구조'를 문제 삼았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당시 교섭단체를 이끈 전·후반기 대표의원과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던 주류 인사들을 향해 분명히 말했다. "당내 기본 원칙이 작동하지 않은 것은 리더십의 문제"라고.

맞는 지적이다. 의회 내 투표 관리가 무너진 건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사고가 아니다. 그것을 용인하거나 방치한 정치 문화가 쌓인 결과다.


이제 공천 시즌이다. 분당을을 비롯한 성남 지역 공천 명단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시민들의 우려처럼, 이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인사들이 별다른 검증 없이 공천 대상에 오르내린다면 어떻게 봐야 하는가.

공천은 '다음 선거를 위한 인선'이 아니다. 지난 임기에 대한 평가이자, 다음 임기에 대한 약속이다. 잘못된 정치에 책임을 묻지 않는 공천은, 결국 그 잘못을 다시 허락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성남 지역 공천에서 어떤 기준을 세울지, 지금 성남 시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엄정한 기준, 도덕성 중심의 검증, 책임 정치의 원칙. 시민들이 요구한 세 가지는 사실 정치의 가장 기본이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 아니면 지키려 하지 않는 것인가.

그 답은 공천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그리고 성남 시민은,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